막힌 하수구 때문에 부르셔서 가 보면 이미 이것저것 해 보신 뒤인 경우가 많습니다. 약품을 붓고, 주전자로 물을 끓여 붓고, 옷걸이를 펴서 밀어 넣어 보는 식입니다. 부산 중구는 시장 골목의 오래된 상가와 비탈을 따라 들어선 주택이 많아서, 이런 방법이 잘 듣지 않거나 오히려 일을 키우기도 합니다. 자주 듣는 생각을 차례로 바로잡아 보겠습니다.
물 고인 욕실 배수구만 들여다보면 된다는 짐작
욕실 바닥에 물이 고이면 그 배수구 아래가 막혔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물은 막힌 곳보다 위쪽에 있는 배수구 가운데 가장 낮은 곳으로 모여듭니다. 실제로 막힌 자리는 바닥 밑을 지나는 가로 관이나 건물 밖 맨홀 쪽일 때가 적지 않습니다.
시장 상가는 여러 가게의 물이 한 관으로 모여 골목 아래로 빠져나가고, 계단집은 관이 담 밑과 계단 옆을 돌아 아랫골목까지 이어집니다. 그래서 물이 고인 배수구 하나만 보지 않고, 집 안 배수구에서 맨홀까지 물이 어디서 멈췄는지부터 차례로 확인합니다.
뚫는 약을 한 통 더 들이부으면 된다는 처방
뚫는 약품은 머리카락이나 얇은 때를 조금 풀어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관 벽에 켜켜이 앉은 기름과 찌꺼기 덩어리까지 녹여 내지는 못합니다. 한 통으로 안 되면 다른 제품을 섞어 붓게 되는데, 성분이 다른 약품끼리 만나면 해로운 기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이 빠지지 않는 관에 약품이 고여 있으면 작업하는 손과 눈에도 위험합니다.
이미 부으셨다면 감추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 이름과 대강 얼마나 넣었는지 알려 주시면, 넣은 약품을 확인한 뒤 거기에 맞춰 작업을 시작합니다.
펴 놓은 옷걸이로 끝까지 쑤셔 보는 방법
철사 옷걸이나 긴 막대를 넣으면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어 뚫린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대개는 덩어리 가운데에 작은 구멍을 내거나, 덩어리를 관 안쪽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 데 그칩니다. 낡은 관은 이음새가 약해서 철사 끝에 긁히거나 벌어지기도 하고, 굽은 곳에서 철사가 꺾여 빠지지 않으면 그것까지 꺼내야 합니다. 직접 해 보시려면 덮개를 열고 손이 닿는 곳의 머리카락과 건더기를 걷어 내는 데까지만 하십시오.
비탈 동네 집은 물살이 세서 안 막힌다는 말
보수동과 영주동처럼 산자락에 층층이 앉은 집은 경사가 있으니 하수구도 잘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가파른 구간에서 물만 먼저 빠져나가고, 건더기는 관이 평평해지거나 꺾이는 곳에 남습니다. 그렇게 남은 찌꺼기가 오래 다져지면 꽤 단단해집니다. 큰 집을 여러 세대로 나누면서 관을 덧대어 이은 집도 있어서, 막힌 곳이 우리 집 아래인지 이웃과 같이 쓰는 구간인지도 따져 봐야 합니다.
시장 가게는 제 가게 배수구만 뚫으면 그만이라는 계산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주변처럼 작은 가게가 줄지어 붙은 상가는 가게마다 내보낸 물이 한 관으로 모여 나갑니다. 내 가게 바닥 배수구를 아무리 뚫어도 막힌 곳이 공용 관이라면 물은 곧 다시 차오릅니다. 옆 가게에서도 물이 더디게 빠진다는 말이 나오면 건물이 함께 쓰는 구간을 먼저 떠올려 보셔야 합니다. 어느 맨홀과 어느 맨홀 사이가 막혔는지 확인한 내용을 이웃 가게와 함께 들으실 수 있게 설명드리면, 작업 범위를 정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구멍만 뚫리면 관 속까지 말끔해졌다는 안심
스프링으로 덩어리에 길을 내면 물은 다시 내려갑니다. 그런데 관 둘레에 붙은 기름과 때가 그대로라면 남은 길이 금세 다시 좁아집니다. 오래 다져져 단단해진 구간은 플렉스샤프트로 부수고, 관 벽을 따라 때가 두툼하게 붙었다면 고압세척을 씁니다. 관 입구까지 물이 들어차 있으면 석션으로 그 물을 뽑아낸 뒤 시작합니다. 같은 자리가 자꾸 막히는 건물이라면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관이 처진 데나 이음새가 비틀린 데가 있는지 화면을 같이 보며 살핍니다. 장비는 막힌 위치를 보고 고르며, 손대기 전에 금액을 알려 드리고 마칠 때까지 그 금액을 지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우리 집 관인지 골목 관인지 모르겠는데 연락해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그것을 가려 드리는 것이 저희가 맨 먼저 하는 일입니다. 집 안 배수구와 맨홀, 필요하면 골목 쪽 관까지 따라가며 물이 멈춘 자리를 찾고, 어느 구간을 손봐야 하는지 말씀드립니다.
우리 집 맨홀 위치를 아무도 모르는데 어쩌죠?
오래된 집일수록 맨홀이 화분이나 짐에 가려져 있거나 위치를 아는 분이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도착해서 관이 나가는 방향을 보며 함께 찾으면 되니 미리 걱정하실 일은 아닙니다. 밤이나 주말, 공휴일에 막혔더라도 연락 주시면 찾아갑니다.
